【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춤만 추면서 살아오다 보니까 칠십이 돼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작품 만드는 일밖에 없네요. 허허." 

 '한국창작춤의 거장' 국수호(70)가 35년 만에 소극장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자신이 이끄는 국수호디딤무용단과 함께 스스로 대본·안무·연출을 도맡은 '무위(無爲)'를 19, 2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국수호는 "손자, 손녀를 매일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사회에 어떻게 보답을 할까 생각했다"면서 "지원을 받지 않고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날 문득 이 작품이 떠올랐다"고 했다.  

국수호는 1983년 7월13일 판소극장에서 양성옥, 이홍이, 이지영, 손병우가 출연한 네 작품들인 '허상의 춤' '열' '상' '무악동'을 통해 안무자로 데뷔했다. 당시 연극평론가 구히서는 "땀이 흘러 구두에 물이 찼다"라는 작품리뷰로 130석 소극장을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 없이 채운 280여명의 관객과 함께한 공연의 열기를 전했다. 

이후 국수호는 1987년 국수호디딤무용단을 창단하고 국내외에서 2000여회 공연했다. 춤꾼으로서뿐 아니라, 우리춤을 한국식 극장춤으로 양식화하는 데 큰 업적을 남겼다. 더불어 춤음악극이라 새로운 양식의 극장화로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작품 '무위' 또한 우리 몸과 춤에 깃든 동양적 사고와 정서, 그리고 자연을 담아낸다. 노자의 '도덕경'을 비롯해 다층의 동양철학과 사상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이 작품을 소극장에서 올리는 이유에 대해 국수호는 "춤추는 몸의 질감과 에너지를 관객과 가까이서 함께하고 싶다는 의도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연과 만나는 인간이 자연스럽고 소박하며 미니멀한 춤으로 승화된다. 인생 또는 작물 또는 사계절의 순환은 동양적 사고에 기인한 세계성과 몸의 질서를 이야기한다.

거장의 작품에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힘을 실었다.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 출신 조재혁, 창작춤의 미래로 통하는 장혜림과 국수호디딤무용단 무용수 6명이 함께 한다. 국악 대중화를 선도해온 작곡가 강상구, 걸출한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공연계 팔방미인인 국립창극단 대표배우 이소연이 가세했다. 

국수호의 향후 스케줄도 빠듯하다. 12월에 또 다른 신작 '춤시 오디세이'를 발표한다. 같은달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도 앞두고 있다. 동사교수(석좌교수보다 한단계 위로 그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1인)로 재직 중인 중국 동베이사범대학 무용과 학술연구도 12월에 발표한다.  

"한국의 여건, 상황이 좋지 않지만 무용가가 사는 법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게으름 피지 않고 싶어요. 정화된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국수호와 친한 동갑내기 철학자 도올 김용옥은 "국수호의 세계를 사랑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사색하고, 어떤 사물에 자기 나름의 영감을 가지고 춤사위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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